제가 블로그를 만들고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을 그동안 저는 제게 상황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해왔습니다. 저는 대단히 게으른 사람입니다. 게으른 사람은 발전이 없지요. (제가 영화보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제가 게으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눈을 뜨고 있는 것만으로도 정보 대부분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발전을 위해선 게으름을 극복해야 하고, 게으름을 극복하기 위해선 상황이 필요합니다. 게으름의 정도가 '대단한' 저로선 극도의 상황이 필요하겠지요. 저는 제가 블로그를 만들고 활동을 시작하게 됨으로 제게 필요한 극도의 상황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 블로그들은 마스터베이션을 위한 공간 이상이질 못했습니다. 블로그는 제게 상황이 되어주었지만, 여전히 발전은 없었던 겁니다. 부끄러움이 발전을 만들리라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저는 게으른 데에다가, 그 낯짝까지 두꺼웠던 것이지요. 블로그는 저를 발전시키지 못했어요.

발전은 계기로 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어느 정도는 가능하겠지요. 그러나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습니다. 충분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쫓던 것은 계기였습니다. 언제나 그랬지요. 네, 저는 논리가 결여된 행동으로 얻지 못할 행운을 얻으려 한 것이었어요. 그래서 실패한 것입니다. 그나마 늦게라도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지요.

블로그 활동을 중단합니다. 언제라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다시 돌아오긴 할 거에요. 그때까지 이 블로그엔 새 글이 없겠지요. 아니, 그때에도 이 특정한 공간에 새 글이 있을 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새로운 시작엔 새로운 공간이 어울리는 법이고, 그때에 저는 아마도 다른 새로운 공간을 찾아볼 테니까요. 아니, 이미 찾기 시작했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다른 곳으로 옮긴다면 이곳에 공지할 거에요, 그러니 혹여 걱정하진 마세요. 그동안 즐거웠고요, 그럼 나중에 다시 봬요, 여러분.


덧. 블로거로서의 활동만 접는다는 것이니, 이웃 여러분의 블로그엔 계속 찾아 뵐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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